역사는 남기는 자와 잊지 않는 자의 호흡이라 믿습니다. 저는 남기려는 자입니다. 항상 무엇을 남길지 고민하던 제게 그 답을 제시해준 사람들이 있습니다.
“언제부터 글을 쓰기로 다짐하셨어요?”
䶞년 4월 16일 그날부터요.”
“혹시 희생자 유가족이세요?”
“아니요.”
“그런데 왜……”
“우리는 살면서 죽음을 목도하곤 하죠. 그런데 그날 우리 두 눈으로 똑똑히 봤잖아요. 아이들이 죽은 모습이 아니라 죽.어.가.는. 모습을요. TV로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앞에 놓인 점심식사를 마저 하고 있더라고요. 한참이 지나 그릇이 깨끗이 비워진 걸 깨달았어요. ‘아, 인간은 참 잔인하구나…….’”
무언가를 먹을 때마다 그때의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기울어진 배의 유리창을 두드리는 아이들의 눈이 떠오를 때마다 인간으로서의 부끄러움과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죄책감, 그리고 깊은 슬픔을 느꼈죠. 그때 나는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그 와중에도 우리 아이들은 큰 선물을 남겼더군요. 타인의 죽음은 우리가 살아 있음을 깨닫게 했으며, 불현듯 찾아온 억울한 죽음은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어버렸어요.
제가 이제라도 그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뿐이에요. 펜을 잡고 그들이 전해준 삶의 소중함을 전달하는 것, 그리고 절대 그들을 잊지 않는 것. 어쩌면 이 모든 것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왜 남겨야 하는지 알려준 304명의 아이들을 위해 펜을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