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과수원으로 소풍을 갔을 때, 농부 아저씨가 사과 열매의 가지를 잘라내고 있었다. “아저씨, 아깝게 왜 사과를 잘라버리세요?” 이렇게 묻자 아저씨가 답했다. “이걸 없애야 다른 게 잘 자라지요.” 어렸던 나는 과일의 절반을 포기하는 농부아저씨를 ‘바보’라고 믿었다. 다른 농부들은 그리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심고 키우는 일만큼, 버리고 정리하고 비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이가 들며 배워갔다. 너무 쉽게 버리고 정리해서 ‘바보’ 소리를 듣는 이들이 오히려 큰 열매를 맺는 것도 보았다. 무엇을 하기에 앞서 버려야 할 게 뭔지 먼저 따지는 습관도 그런 기억 때문이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가지치기에 나서지 않는 이들이 주변에 많음을 목격한다. 오히려 내게 포기가 빠르다고 충고하는 이들도 있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불편하고 필요 없는 가지들이 인생이란 나무에 더덕더덕 붙어 자란다. 덕분에 정작 필요한 열매들이 풍성하게 익지 못한다. 그래서 비움은 세상을 초탈한 수도자나, 갑갑한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떠나는 이들에게만 요구되는 무엇이 아니다. 한 그루 사과나무를 잘 키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비울 때 비로소 원하는 바가 채워지는 탓이다. 비우는 순간 그곳을 채울 에너지가 생겨나고, 보이지 않는 손은 구체적인 무엇을 눈앞에 만들어 낸다.
우리는 모든 게 홍수처럼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더 많이 움켜쥐고 있지만, 오히려 늘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시대엔 모든 걸 움켜쥐려는 순간 아무 것도 잡을 수 없다. 정말 잡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을 버려야 할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삶의 튜닝이 시급히 필요하다. 튜닝은 새로운 무엇을 더 첨가하는 게 아니다. 버리고 내려놓고 비워야 할 내용을 생각해보고 또 실천하는 것이다.
전학성 - 기술과 비지니스 통합 파워 러닝 코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27년간 IT 융복합 분야 연구개발 및 기술사업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유통, 신사업,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스마트 기술 도입과 관련한 기업컨설팅을 제공하며, 기술과 사업을 합친 액션러닝 분야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셀프 코칭 개념과 액션러닝을 결합한 프로그램과 코칭북 저작방법을 개발하여 비지니스 관련 다양한 분야에 컨설팅과 코칭북 집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