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논어』에서 인생의 단계를 쭉 열거하며 사십을 ‘불혹’이라 불렀다. 그 뒤로 동아시아 문화에서 불혹은 마흔의 대명사로 쓰이게 되었다. 불혹은 글자 그대로 흔들리지 않는다, 유혹 당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달리 말해서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안정되었다는 맥락이다. 조금만 생각해보자. 인생에 과연 흔들리지 않는 때가 있으며, 마흔이라 해서 예외일 수가 있을까? 아니, 사십이면 인생의 초짜가 아니라 나름 세상살이의 다양한 이력을 가진 만큼 더 흔들리는 시기가 아닐까?
왜 사람은 혹하게 되는 것일까? ‘혹’은 사람의 마음이 두 갈래 이상으로 나뉘었다는 뜻이다. 갈래들은 각각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되어 마음에 단단한 응어리로 자리 잡는다. 예컨대 퇴근하고서 집에 곧장 간다면 이는 혹이 없는 경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은 ‘집에 바로 들어갈까?’와 ‘한잔하고 들어갈까?’ 사이에서 망설이게 된다. 이때 ‘술 한잔할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말았다면 혹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잠깐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계속 갈팡질팡하고 있다면 두 가지의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똬리를 틀게 된다. 사람이 두 생각에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랬다저랬다 하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혹이다. 그러니 혹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다만 혹해서 훅 가 버리는 사람, 혹해도 금방 돌아오는 사람, 여간해서 혹하지 않는 사람 등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불혹이 당연하고 쉽다면 생각할 것이 없다. 그렇지 않기에 생각을 모을 필요가 없다. 사람은 끊임없이 혹과 불혹의 사이에 있을 것이다. 그래도 불혹의 길을 묻는다. “어떻게 불혹할 것인가?” 혹과 불혹의 사이는 때로는 아슬아슬하게 좁아 보이고, 때로는 여유 있게 넓어 보이는 듯하다.
전학성 - 기술과 비지니스 통합 파워 러닝 코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27년간 IT 융복합 분야 연구개발 및 기술사업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유통, 신사업,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스마트 기술 도입과 관련한 기업컨설팅을 제공하며, 기술과 사업을 합친 액션러닝 분야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셀프 코칭 개념과 액션러닝을 결합한 프로그램과 코칭북 저작방법을 개발하여 비지니스 관련 다양한 분야에 컨설팅과 코칭북 집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