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 시대는 비록 90년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천하를 호령하는 영웅들과 다채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질풍노도의 시기이자 역사가 태동하는 격동의 시기였다. 그래서 어떤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역사책을 뒤적이다가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전국 시대, 유방과 항우의 패권 다툼, 한 무제의 흉노족 정벌, 그리고 삼국 투쟁을 보노라면 그야말로 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러다 태평성대로 접어들면 나도 모르게 시들해져 그만 책장을 덮어버린다. 무릇 진정한 삶의 묘미란 평화롭고 안일한 시대에서는 깨달을 수 없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격동의 시간 속에서야 참된 삶의 진가를 깨달을 수 있다.”
특히나 삼국 시대 이야기는 더욱 그렇다. 삼국 시대는 초한과 수당, 오대, 원명 연간의 혼란스러웠던 시대보다 훨씬 긴박하고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뿐만 아니라 『서한연의(西漢演義)』, 『동한연의(東漢演義)』, 『수당연의(隨唐演義)』, 『잔당오대사연의(殘唐五代史演義)』, 『대명영렬전(大明英烈傳)』 등 그 시대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넘쳐나지만 어느 것 하나 『삼국연의(三國演義)』만큼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은 없다. 『삼국연의』는 오랜 세월을 거쳐 오면서 삼국의 역사와 문화를 집대성한 불후의 명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사람들은 일찍이 삼국 시대부터 당대를 풍미하던 사건과 인물을 화제로 올렸다. 그 후 삼국 시대의 일화는 양진남북조 시대에 이르러 사람들의 입을 통해 널리 퍼져 나갔고, 수당 시대에 이르러서는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빠짐없이 등장했다. 송원 시대에는 불교의 속강(俗講, 중국 당나라 중기 이후에 승려가 속인을 대상으로 행하였던 통속적인 설법)과 함께 삼국 시대 일화가 크게 흥성하였다. 특히나 송나라 때에는 삼국지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들려주는 설화인(說話人)이 등장했고, 원나라 때에는 설화인의 각본을 엮어 만든 화본(話本), 즉 『삼국지평화(三國志平話)』가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명대 초엽에는 나관중(羅貫中)의 피와 땀의 결실로 마침내 『삼국연의』가 탄생했다.
나관중은 역사서 『삼국지(三國志)』와 배송지(裵松之)의 주석본을 바탕으로 삼아, 거기에 삼국 시대를 소재로 한 민간 예술을 접목해 불후의 명작인 『삼국연의』를 완성했다. 즉 『삼국연의』가 불후의 명작이 될 수 있었던 1등 공신은 바로 진수(陳壽)와 배송지였다. 진수의 『삼국지』는 ‘24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志)와 표(表)가 없는 역사서이며, 근엄한 문체와 섬세한 묘사는 역사서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여기에 배송지는 수많은 참고 서적을 인용하여 주석을 달았고 삼국지의 내용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삼국지를 읽다 보면 바로 옆에서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이 삼국 시대의 인물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삼국지』는 천 년에 걸친 전통 문화의 정수를 흡수하고 끊임없는 발전과 변화를 거듭한 끝에 『삼국연의』로 재탄생했다. 오늘날은 삼국 시대 당시와 시대상이 전혀 다름에도 우리는 『삼국연의』를 읽을 때마다 늘 신선함을 느낀다.
전학성 - 기술과 비지니스 통합 파워 러닝 코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27년간 IT 융복합 분야 연구개발 및 기술사업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유통, 신사업,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스마트 기술 도입과 관련한 기업컨설팅을 제공하며, 기술과 사업을 합친 액션러닝 분야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셀프 코칭 개념과 액션러닝을 결합한 프로그램과 코칭북 저작방법을 개발하여 비지니스 관련 다양한 분야에 컨설팅과 코칭북 집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