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사람들은 사물을 발견할 수 있을 뿐 창조할 수는 없다고 믿었다. 그들은 만물이 이미 창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만물의 시작은 ‘이미 창조되어 있었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중세 시대에는 발명이 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이는 신과 신이 부여한 ‘영감’을 지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위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섰을 때 비로소 인간이 창조를 할 수 있다고 여겨졌지만 창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같이 위대한 사람이어야 했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무렵 창조 행위는 철학 및 심리학의 연구 대상이 되었다. 연구 주제는 “위대한 사람들은 어떻게 창조하는가?”였고, 그 해답에는 중세에 만연했던 신의 중재라는 잔재가 묻어 있었다. 직관과 천재에 관한 일화가 돌면서 창조와 관련된 신화의 많은 내용이 이 시기에 더해졌다. 1926년에는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가 동사에서 명사를 만들었고 이런 신화에 ‘창조성’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창조성 신화는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이 창조를 할 수 있고 성공한 창조자라면 누구나 극적인 통찰력의 순간을 경험하며, 창조 행위란 노동이라기보다는 마법에 가깝다는 생각을 주입한다. 희귀한 소수만이 창조에 필요한 자질을 갖추고 있고, 그 밖의 사람들은 노력해봐야 실패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20세기에는 컴퓨터에 입력되는 거의 모든 데이터가 사람이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때로는 바코드를 스캔하는 행위에서 비롯되었다. 진열대에 놓인 상품의 재고를 알기 위해서는 직접 가서 봐야만 했다. 이는 20세기 정보 기술이 지닌 근본적인 한계였다. 매장 직원들은 종일 선반을 쳐다보며 관찰한 내용을 데이터로 입력할 만큼 한가하지 않았으므로 각 매장의 컴퓨터 시스템에는 허점이 존재했다. 예를 들어 특정 색의 립스틱이 품절이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사람은 매장 운영자가 아니라 소비자였다. 소비자는 다른 립스틱을 고르거나 아예 립스틱을 사지 않았다. 이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립스틱 품절이란 아주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지만 한편으로는 ‘컴퓨터란 감각이 없는 지능’이라는 아주 중대한 문제의 증상이었다.
1997년을 기준으로 컴퓨터가 세상에 등장한 지 50년이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컴퓨터와 함께 성장했고 컴퓨터의 작동 방식에 적응해왔다. 컴퓨터는 사람이 입력하는 데이터를 처리했다. 컴퓨터는 생각하는 기계이지, 감지하는 기계로 간주되지 않았다. 그러나 애초부터 컴퓨터를 이런 식으로 구상한 것은 아니다. 1950년 컴퓨터 공학의 창시자인 앨런 튜링은 “종국에 기계는 모든 순수 지능 영역에서 인간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영역이 시작으로 가장 적절할까? 많은 사람들이 체스 게임과 같이 아주 추상적인 활동이 최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컴퓨터에 단연코 최고의 감각 기관을 장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양쪽 접근법 모두 시도해야 한다.”라고 했다.
20세기에 컴퓨터는 더 빨라지고 작아지고 서로 연결되었지만 ‘감각 기관’은 전혀 장착하지 않았다. 1997년 5월 ‘딥블루’라는 컴퓨터가 당시 체스 세계 챔피언이었던 게리 카스파로프에게 최초로 승리했다. 하지만 컴퓨터가 선반 위에 립스틱 재고가 있는지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립스틱에 아주 작은 무선 마이크로칩을 부착하고 선반에는 안테나를 부착했다. 저자는 이 시스템에 ‘사물 인터넷’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여기에 마법은 없었고 영감이 번쩍이는 순간도 거의 없었으며 오로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일을 해야 했을 뿐이었다.
전학성 - 기술과 비지니스 통합 파워 러닝 코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27년간 IT 융복합 분야 연구개발 및 기술사업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유통, 신사업,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스마트 기술 도입과 관련한 기업컨설팅을 제공하며, 기술과 사업을 합친 액션러닝 분야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셀프 코칭 개념과 액션러닝을 결합한 프로그램과 코칭북 저작방법을 개발하여 비지니스 관련 다양한 분야에 컨설팅과 코칭북 집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