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미뤄놓은 일들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오늘은 해치워야지’ 작심을 하고 한 가지씩 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착착 잘 풀려 나갑니다. 한데 슬슬 한계가 옵니다. 차츰 피곤해지면서 잡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집중이 잘 안 되고. 머리가 멍하니 텅 빈 것 같기도 하고 가벼운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쉬자는 신호 같습니다. 이게 ‘뇌피로’의 가벼운 시작입니다. 육체노동이나 운동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뇌에도 피로가 옵니다. 다만, 뇌는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육체노동처럼 그 피로도가 확실치 않고 단순하지 않습니다. 일이 잘되어 갈 때는 의욕 호르몬 도파민과 쾌적 호르몬 세로토닌이 분비됩니다. 한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정신집중을 하다 보면 교감신경이 활발히 활동합니다. 맥박이 약간 빨라지고 혈압이 상승하며, 호흡은 얕고 짧아집니다. 목, 어깨 근육이 강하게 긴장하고 위장 활동이 억제됩니다. 그런데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될 순 없습니다. 물론 이런 긴장 상태는 운동 후에 오는 상쾌한 피로와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뇌피로로 인한 에너지 소비는 운동 시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적지만 몸의 극히 일부만 사용하기 때문에 균형 잡힌 피로가 아닙니다. 그래서 기분 나쁜 피로가 오게 됩니다. 이게 뇌피로의 특징입니다. 이런 상태로 계속 책상에 앉아 일을 하면 몸이나 머리가 반항하기 시작합니다. 주의가 산만해지고 머리가 띵하며 컨디션이 나빠집니다. 딱히 몸이 아픈 것도 아닌데 여기저기 지끈거리고 조용히 앉아 있질 못하게 됩니다. 그래도 강한 의지로 끝내야 한다고 밀어붙이면 이번엔 뇌가 의지의 명령에 반항하여 제멋대로 휴식을 취하게 합니다. 더 이상 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입니다. 이럴 때 뇌의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강행군하면 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당장 아침 출근 시간의 지하철 풍경을 떠올려봅시다. 모두들 지친 얼굴, 그중 반은 자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어딘가 모르게 불안, 침체, 긴장으로 휩싸인 듯한 분위기입니다. 한국 사회를 ‘피로 사회’라고들 하지만, 이건 몸이 아니라 실은 뇌가 피로한 것입니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뇌피로의 실체와 위험성에 대해, 그게 우리 심신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제 뇌피로 사회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에 따른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이때 맑은 정신으로 슬기롭게 이 험한 파도를 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뇌를 잘 써야 하고, 뇌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선 먼저 뇌를 알아야 합니다.
전학성 - 기술과 비지니스 통합 파워 러닝 코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27년간 IT 융복합 분야 연구개발 및 기술사업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유통, 신사업,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스마트 기술 도입과 관련한 기업컨설팅을 제공하며, 기술과 사업을 합친 액션러닝 분야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셀프 코칭 개념과 액션러닝을 결합한 프로그램과 코칭북 저작방법을 개발하여 비지니스 관련 다양한 분야에 컨설팅과 코칭북 집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