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나는 이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떨린다. 마케팅이란 단어에서 나는 비로소 나의 동맥이 뛰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살아 숨 쉬는 고객의 열띤 호흡과 뜨거운 체온을 느끼곤 한다. 그러므로 마케팅이란 단어는 내가 살아 있음을 알리는 신호음인 셈이다. 나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30년간 고객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왔다. 나는 그들을 만족시키려 했다. 앉으나 서나, 꿈속에서나 깨어서나 어떻게 하면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까에 골몰했다. 비즈니스로 시작했으나 그것이 나중에는 나의 삶의 일부분이 되었고, 마케팅으로 출발했으나 종국에는 그것이 나의 삶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고객이 등을 돌렸을 때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으며, 반대로 고객이 즐거워할 때 나도 뛸 듯이 즐거웠다. 고객이 만족했을 때에야 나의 정서도 비로소 평안을 찾을 수 있었으니까.
고객과 오래 접촉하다 보면 결국 서로의 인간적 진실과 마주치게 된다. 고객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나의 삶은 화려하거나 고상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는 지점장이 되어서도 시장 아주머니들 사이를 뛰어다녔고, 문전박대하는 우량 기업의 사장을 만나러 일부러 비에 흠뻑 젖은 초라한 모습으로 공장을 찾아가기도 했다. 나는 은행원의 상징이라고 하는 양복과 와이셔츠도 벗어던졌다. 출근하면 푸른 점퍼로 갈아입고 공단을 누비기도 했다. 지점장으로서의 나의 상대는 큰 회사의 사장이나 백만장자만이 아니라 시장의 장사하는 아줌마, 거래 기업의 수위 아저씨, 경리 여직원 등 모든 계층을 망라했다. 이들 모두는 나의 영업에 도움을 주는 훌륭한 아군들이었고, 나는 그들을 백만장자들과 똑같은 정성으로 챙겼다. 기실 알고 보면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고객이나 호텔의 조찬회에서 만난 고객이나 모두들 나름대로의 인간적 고뇌들을 똑같이 지니고 있다. 재산과 신분의 차이는 있으나 그들에게 드리워진 고뇌의 빛깔들은 모두 고만고만한 것이 우리 인간들의 모습이다. 나는 그들의 문제를 내 일보다 더 지극정성으로 대했고 아픔을 함께했다. 그리고 힘닿는 데까지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오늘날 이른바 마케팅 4.0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뭔가를 하기도 전에 “안 된다.”, “못 하겠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런 이들에게 ‘해보긴 해봤어?’라는 정주영 회장의 정신으로 무장하라고 말하고 싶다. 고객을 향한 마음으로 고객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 그것을 해결하면, 보이지 않던 길도 보이고, 없던 길도 새로 만들 수 있다. 모든 직원들이 거래하기 힘든 업체라고 포기할 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무리 어려운 상대라도 노력하면 된다. 세상에 못 만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고, 내가 먼저 포기하기 때문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열한 번 찍고, 그래도 안 된다면 전기톱으로 잘라낸다. 그러면 반드시 넘어가게 되어 있다. 절실해야만 고객의 영혼을 20초 이내에 춤추게 할 수 있다.
사랑에도 기술이 있다 하니 마케팅에도 기술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나는 고객과 보다 쉽게 가까워지기 위해 나 나름대로의 방법과 기술을 찾아나갔다. 고객을 만날 때는 항상 미리 전략을 세우고 만났다. 고객을 이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략이 있어야 고객의 고충과 니즈를 재빨리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전략 없는 세일즈맨을 좋아할 고객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내 기술과 노하우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전학성 - 기술과 비지니스 통합 파워 러닝 코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27년간 IT 융복합 분야 연구개발 및 기술사업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유통, 신사업,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스마트 기술 도입과 관련한 기업컨설팅을 제공하며, 기술과 사업을 합친 액션러닝 분야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셀프 코칭 개념과 액션러닝을 결합한 프로그램과 코칭북 저작방법을 개발하여 비지니스 관련 다양한 분야에 컨설팅과 코칭북 집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