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행은 조선의 한양천도와 더불어 축성된 한양도성을 따라 걷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 흩어져 있는 유물, 유적들을 보며 우리의 역사를 상상하고 느껴보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서울의 역사가 조선에 국한되지 않듯 성곽기행 또한 현재의 역사까지 아우르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본래 세월이란 어제가 있어 오늘이 있듯이,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란 하나의 유기체로서 통일적으로 존재할 뿐 애당초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로 작용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옛 한양도성의 성곽길을 따라 걸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온 성곽의 외형은 물론이고 그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흔적들을 좇아 우리의 역사퍼즐을 맞춰나가고자 한다. 그리고 거기서 부족한 퍼즐조각을 찾기 위해 가끔씩 성곽을 벗어나 도성 안팎의 인근 동네로 좀 더 깊이 들어가려고 한다.
성곽 그 자체에 대한 치밀한 고증이나 깊이 있는 역사적 분석은 필자의 능력 밖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저 우리가 한민족의 후손으로서 일반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한양도성에 대한 기초적 지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또 현장에서 그것을 확인하는 것에 국한될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독자들에게는 충분히 흥미로울 것이라 확신한다. 사람은 자신의 뿌리를 찾는 속성을 본원적으로 갖고 있다. 그리고 역사란 본질적으로 특정 교과목 이전에 우리의 뿌리를 밝혀주는 학문 아니던가. 이런 관점에서 나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직접 내 발로 걸어 다니면서 그 속에서 숨 쉬고 있는 역사를 느끼고 싶었다. 우리의 역사공부가 교과서 속에만 머무른다면 이는 저술가의 의도된 상상 속에 머물기 십상이다. 하지만 막상 직접 다니며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게 되면 소위 장소감, 즉 특정 장소가 주는 공감과 체감을 통해 활자만으로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상상이 펼쳐지고, 보다 더 넓은 세상을 조망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길 것이다.
여행의 목적과 코스를 이렇게 정해놓고 보니 이번에는 어디에서부터 첫 발걸음을 떼어야 할지가 또 고민이었다. 첫 번째로 떠오른 곳이 돈의문, 속칭 서대문이었다. 도성 사대문 가운데 유일하게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돈의문. 나는 주저하지 않고 서대문역으로 가 도성 순례를 시작하였다. 18.6킬로미터나 되는 성곽길 자체도 그러하거니와, 그 역사는 600년이란 장구한 세월을 버텨왔다. 내가 맨 처음 서울성곽을 따라 길을 걸을 때는 ‘인구 1천만의 대도시에 이렇게 아름다운 산과 숲이 있었나’ 싶을 만큼 놀라웠다. 인왕산을 넘고 백악을 넘을 때에는 북한산 등반이 부럽지 않을 만큼 확 트인 서울 전경에 감탄하며 땀 흘린 보람까지 느꼈다. 내 나라 수도 서울이 세계 대도시 그 어느 곳에 비할 수 없이 아름다운 곳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어릴 적부터 수없이 들어왔던 ‘내 나라 금수강산’이라는 말이 나이를 더할수록 깊이 와 닿는다.
전학성 - 기술과 비지니스 통합 파워 러닝 코치
커리어앤피플 액션러닝센터의 대표러닝코치를 맡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27년간 IT 융복합 분야 연구개발 및 기술사업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기술과 사업을 합친 액션러닝 분야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셀프 코칭 개념과 액션러닝을 결합한 프로그램과 코칭북 저작방법을 개발하여 비지니스 관련 다양한 분야에 코칭과 코칭북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