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에 등장하는 장소와 사물, 사람들, 경험은 저자가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프랑스 북동부 알자스로렌 지역에 속해 있다. 푸른 전나무 숲이 울울하고 검은 흙빛 들판에 회색 강물이 넘실대는 곳,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독일 국경과 인접해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곳, 알퐁스 도데의 작품 『마지막 수업』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유년에서부터 성장하는 동안 그리고 현재까지도 작가의 모든 감각을 사로잡았던 향기와 냄새들의 목록은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저자는 숱한 소설과 시나리오를 썼지만 『향기』에서야 비로소 자기 자신과 내면의 풍경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고향인 알자스로렌의 작은 마을 동발에서 살아온, 살고 있는, 살다 간 사람들의 소박하고 진실한 삶의 순간들과 풍광이 탄생부터 죽음까지 ‘냄새’를 매개로 펼쳐진다. 캠프파이어 횃불의 냄새를 함께 맡았던 친구들과의 여름, 몽롱하고 뜨거웠던 댄스파티와 성적 긴장이 감도는 체육관 특유의 냄새, 낚시를 배우고 함께한 마을 어른들과 땀 흘려 일하는 농부들, 대마초에 탐닉했던 자유분방한 친구들, 잠든 아이의 숨결에서 시작되는 생명의 향기와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집에서 아버지가 죽은 뒤 사라져버린 삶의 향기까지도.
일견 작가의 자전적인 자화상에 머무를 수 있었던 『향기』는, 하수 처리장에서 어린 시절의 개울 뛰어 넘기와 베네치아 공화국을 함께 연상하고, 공중변소에서 지나간 세기의 냄새를 떠올리는 등 저자의 섬세한 상상력으로 인해 1960년대 프랑스에서 태어난 세대의 초상으로 그 외연(外延)이 확장된다. 또한 ‘섹스 피스톨즈’, ‘클래시’, ‘패티 스미스’나 관능적인 여배우 ‘미셸 메르시에’를 전혀 모른다 해도, 우리는 나만의 아티스트와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했던 영화배우들을 함께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다. 서툴고 풋풋했던 사춘기, 어머니와 아버지의 죽음을 상상하며 홀로 가슴 아파했던 비밀을 공유할 수 있다.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삶을 살아온 우리 모두를 같은 시절, 같은 정서, 같은 청춘의 시간 속으로 안내하는 아름다운 마법, 문학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공감이라는 힘이다. 시대와 장소, 정치성을 넘어 존재하는 인간 본질을 특유의 간결하고도 섬세한 문체, 강렬한 심리 묘사를 통해 추구해온 필립 클로델은 『향기』에서 또다시 그 공감각적인 표현력을 유감없이 펼쳐 보인 셈이다.
전학성 - 기술과 비지니스 통합 파워 러닝 코치
커리어앤피플 액션러닝센터의 대표러닝코치를 맡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27년간 IT 융복합 분야 연구개발 및 기술사업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기술과 사업을 합친 액션러닝 분야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셀프 코칭 개념과 액션러닝을 결합한 프로그램과 코칭북 저작방법을 개발하여 비지니스 관련 다양한 분야에 코칭과 코칭북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